2026-03-27
![[기고] 통장·계좌 대여, 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가해자 될 수 있다](/_next/image?url=https%3A%2F%2Fd1tgonli21s4df.cloudfront.net%2Fupload%2Fboard%2Fbroadcast%2F20260327053830877.webp&w=3840&q=100)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4년 8,545억 원에서 이듬해 1조 2,578억 원으로 약 47% 증가했다. 발생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2% 늘었다. 특히 범죄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단순한 금전 피해를 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출 절차를 가장해 계좌 정보를 범죄에 이용하는 이른바 ‘통장 대여·계좌 대여’ 방식이 대표적이다.
본인은 피해자라고 생각했더라도, 계좌를 제공한 사실만으로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는 통장, 체크카드, 현금카드, OTP 등 접근매체의 대여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계좌를 제공했다고 해서 모든 경우가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 전자금융거래를 하도록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가’는 경제적 이익을 뜻하며, 그러한 이익을 인식한 상태에서 제공했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된다.(대법원 2021. 4. 15. 선고 2020도16468 판결)
실제 필자가 수행한 사건에서도 이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 바 있다. 평생 운동선수로 살아온 A씨는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알아보던 중 금융 상담사의 연락을 받았다. “거래 실적을 쌓아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믿고 계좌정보와 은행 ID, 비밀번호 등을 전달했는데, 이후 상담사로부터 입금된 금원을 재송금하거나 가상자산을 구매하도록 요구받았다. 별다른 의심 없이 안내에 따랐지만, 해당 계좌는 보이스피싱 자금 이동 경로로 이용됐고 결국 A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사건의 핵심은 A씨가 범행을 인식하고 계좌를 제공했는지 여부였다. 계좌 제공의 대가로 금전을 약속받거나 지급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금융 경험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점, 수사기관에 자수하고 일부 금원을 피해자에게 반환한 점 등을 소명한 결과, 접근매체 대여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통장이나 계좌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단순한 편의 제공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결과는 형사 처벌은 물론 금융거래 제한이라는 현실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될 경우 일정 기간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이용이 제한되는 등 중대한 제약이 발생하기도 한다.
A씨의 사례처럼, 접근매체 대여는 ‘대출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 ‘송금 내역을 확인만 하면 된다’는 식의 말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비상식적인 조건의 대출 광고, 텔레그램을 통한 접촉, 계좌·카드·OTP 제공 요구는 전형적인 범죄 신호다. 어떠한 경우에도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 만약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본인 계좌에 입금됐다면, 해당 자금을 절대로 이체하거나 출금해서는 안 되며, 즉시 금융기관과 수사기관에 신고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이미 수사 대상이 됐다면, 접근매체를 제공하게 된 경위, 구체적인 연락 내역, 대가 수수 여부, 지시에 따른 과정 등을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A씨처럼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 범행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할 수 있어야 불기소나 선처를 기대할 수 있다. 고의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일수록 초기 대응과 소명 방식이 결과를 가른다. 경험 있는 전문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기사전문보기]
[기고] 통장·계좌 대여, 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가해자 될 수 있다 (바로가기)
방문상담예약접수
법률고민이 있다면 가까운 사무소에서 공정거래법전문변호사와 상담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