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4
![[문득 궁금] 제조사는 안 판다는데… 한의원은 어떻게 ‘리프팅 시술’ 할까](/_next/image?url=https%3A%2F%2Fd1tgonli21s4df.cloudfront.net%2Fupload%2Fboard%2Fbroadcast%2F20260724121810416.webp&w=3840&q=100)
22일 서울 광진구의 A 한의원. 입구 앞에는 피부 리프팅 시술을 홍보하는 입간판들이 늘어서 있었다. 한의원 간판과 창문에도 다양한 종류의 피부 리프팅 시술명이 적혀 있었다. 모두 레이저 기기를 활용한 시술이었다.
초저가 이벤트도 진행 중이었다. 시중에서 5만원 이상을 받는 시술도 1만원 이하에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안내문에는 “모든 시술은 정량·정품을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아닌 한의원에서 리프팅 시술을 받아도 괜찮을까. 한의사의 미용 의료기기 사용은 허용되는지, 장비의 안전성과 사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는지 ‘문득 궁금’해 업계와 법조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레이저·초음파 시술로 눈 돌리는 한의사들
피부 리프팅 시술은 레이저 기기로 이뤄진다. 피부 속 조직에 물리적 자극을 가해 재생 과정을 유도, 처진 피부를 당기고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원리다. 열에너지를 가하는 초음파·고주파 시술과 의료용 실을 주입하는 실리프팅 등이 있다.
보통 리프팅 시술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은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지만, 최근에는 미용 시술을 앞세운 한의원도 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리프팅 한의원’을 검색하면 관련 홍보 게시물이 100개 넘게 나온다.
레이저 등 의료기기 활용을 전문 분야로 내세우는 한의사들도 증가하고 있다. 대한한의학회 산하 대한통합레이저학회는 연례 학술대회와 임상 특강 등을 열고 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규정은 없다. 다만 개별 장비의 원리와 위해성, 사용 목적에 따라 해당 시술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허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사이 한의원의 미용 시술 시장은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사법 리스크 우려’ 레이저 기기
社 “납품 안 해”
정작 리프팅용 의료기기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들은 한의원에 장비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주요 업체 4곳에 문의한 결과 모두 “한의원에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A사는 홈페이지에 “제품과 관련 소모품을 의사의 시술 목적에 한해 공급한다”며 “치과와 한방 진료·시술용으로는 공급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B사도 기기 시연 신청 페이지에 “한의원과 피부관리실, 개인은 신청할 수 없다”고 적었다.
업체들이 한의원 공급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사법 리스크가 꼽힌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면허 범위 밖의 의료행위를 하도록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의료법 제2조는 한의사의 업무를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로 정하고 있다.
특정 리프팅 기기 사용이 한방 의료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제조사로서는 장비 공급이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의원은 어떤 경로로 장비를 들이는 것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의 직접 공급이 아니라 의료기기 중고업체나 도매상 등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의료기기 판매업자가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라 거래 상대를 제한받지는 않는다.
장비 교육·사후관리 공백 우려
중고업체나 별도 유통망을 통해 장비를 구입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제조사가 직접 공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장비에 결함이 있거나 시술이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제조사의 교육과 사후관리 체계에서 벗어난 장비가 사용될 경우 소비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장비의 출력과 사용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거나 정품 소모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화상과 색소침착 등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제품 고장이나 시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것도 부담이다. 제조사가 한의원 사용을 전제로 장비를 공급하지 않았다면 장비 교육이나 점검, 부작용 대응 과정에서 지원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리프팅 관련 장비 업체들이 한의원에 공급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의사 단체 등의 반발이 워낙 커 대리점 등을 통한 우회 공급을 선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의사 업계 관계자는 “한의원에서도 정품을 사용한다”며 “피부과 등이 중요한 고객이어서 한의원에 제품을 납품한 사실을 쉬쉬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놓고 ‘갑론을박’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범위를 두고 법조계 의견도 엇갈린다.
홍승표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한의사의 레이저 기기 사용 관련, 불송치·불기소 처분이 이어지고 있다”며 “건강보험이 한의사의 레이저침 시술을 한방 의료 행위로 인정하는 것 또한 한의사의 레이저 사용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경찰은 레이저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된 한의원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2023년에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도 확정됐다.
반론도 있다. 일부 진단기기의 사용이 허용됐다고 해서 모든 미용·치료기기의 사용까지 허용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용환 법무법인 고도 대표 변호사는 “진단 기기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과 치료 기기를 전면 사용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며 ”한의사들의 리프팅 시술은 명백한 면허 범위 위반”이라고 했다.
현정민 기자 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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