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4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다 보면 번화가나 관광지를 배경으로 찍은 영상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트렌드가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하면서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인파의 모습도 자연스레 담기곤 한다.
누구나 쉽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타인의 카메라에 의도치 않게 찍혀 고통받는 사례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촬영자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의 일부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스트레스이자 명백한 사생활 침해로 다가온다. 허락 없이 박제된 내 얼굴을 당당하게 지워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 그 법적 근거를 짚어본다.
영상 제작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상업적 목적이 아니고, 수익 창출도 이뤄지지 않으니 초상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틀린 낭설이다.
우리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는 초상권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는 물론이고 찍힌 사진이나 영상이 함부로 공표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 따라서 영리 목적이 전혀 없는 개인 소장용 브이로그라 할지라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로 촬영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에 올렸다면 그 자체로 초상권 침해가 성립한다.
먼저 무단으로 촬영된 영상이라도 성적 수치심 유발이나 명예훼손 등 별도의 범죄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 단순 초상권 침해만으로는 형법상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하지만 형사 처벌이 어렵다고 해서 민사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원은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정도, 침해 행위의 목적과 필요성, 침해 방법의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즉, 사회 통념상 합리적으로 사람이 참을 수 있는 한도인 ‘수인한도’를 넘었는지가 위법성을 가르는 핵심 잣대가 된다.
예를 들어 대규모 군중이 모인 야외 축제장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전체적인 풍경과 현장 분위기를 담기 위해 넓은 각도로 촬영한 경우가 있다. 영상 속에서 우연히 행인들이 등장하더라도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거나 단순히 배경의 극히 일부로만 스쳐 지나간 수준이라면 수인한도를 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누구나 타인에게 관찰될 수 있음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방문하는 개방된 장소라는 특성도 함께 참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방된 야외 공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초상권 침해의 책임에서 무조건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얼굴이 정면으로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더라도 체형이나 독특한 옷차림, 함께 있던 일행 등 주변 정황을 종합하여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다면 초상권 보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댄스 챌린지나 브이로그 영상 촬영 중 카메라의 초점이 특정 행인에게 지속적으로 맞춰져 있거나 화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개인의 모습이 노출되었다면 수인한도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당사자가 카메라를 피하거나 손사래를 치는 등 거부하는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영상을 편집 없이 그대로 게재했다면 불법행위로 인정돼 민사상 배상 책임을 지게 될 여지가 다분하다.
만약 타인의 영상에 내 얼굴이 담겨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객관적인 증거 확보다. 게시자가 항의를 받고 일시적으로 영상을 내리거나 교묘하게 수정할 수 있으므로 원본 영상의 인터넷 주소와 본인의 얼굴이 노출된 화면을 캡처해 둬야 한다. 영상이 게재된 일시와 문제의 장면이 등장하는 정확한 시간대를 기록해 두는 것도 추후 대응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이후에는 게시자에게 직접 댓글이나 메시지 등을 통해 삭제나 모자이크 처리를 요청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거나 이를 거부한다면 무리하게 다투기보다는 해당 플랫폼의 고객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대다수의 플랫폼은 자체적인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어 초상권 및 개인정보 침해 사유로 신고하면 심사를 거쳐 해당 영상을 강제로 비공개 처리하거나 삭제를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약 플랫폼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게시자가 지속적으로 재업로드를 강행하는 상황이라면 본격적인 법적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법원에 게시물 삭제 가처분을 신청해 영상의 추가적인 유포와 확산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다. 나아가 원치 않는 노출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거나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본안 소송을 통해 위자료 등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법무법인 대륜 김호정 변호사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도 타인의 카메라에 내 모습이 무방비로 담길 가능성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영상을 촬영하고 업로드하는 이들은 타인의 얼굴이 화면에 담겼다면 반드시 식별할 수 없도록 블러 처리를 하는 최소한의 디지털 윤리를 갖춰야 한다. 원치 않는 노출로 고통받는 피해자 역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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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챌린지에 내 얼굴이?”…초상권 침해 기준과 대응법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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