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법무법인 대륜 박규석&양기연 변호사 인터뷰
- 불송치 뒤 뒤집으려면 결국 ‘경찰 기록’과 싸워야···“증거에도 골든타임 있다”
- 수사 시작부터 증거 만드는 시대로 전환 “다툼보다 개입도 요구”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라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오는 10월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수행하던 구조는 사라지고,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만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그 판단은 결국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미 만들어진 기록과 증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검사가 직접 사건을 들여다보며 증거를 찾는 절차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라 사건의 결론이 경찰 조사 단계에서 좌우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검사 경력을 갖추고 형사사건 실무를 다수 수행해 온 법무법인 대륜 박규석 변호사와 대륜 증거조사센터를 이끌고 있는 양기연 변호사를 만나 달라지는 수사 환경 속 변호인의 역할과 증거 확보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박규석 변호사는 수사 초기의 방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의신청 제도가 있다고 해도 그 성패는 결국 불송치 이유서를 얼마나 정교하게 반박하고, 초기에 놓친 증거를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검찰 단계에서 사건을 다시 다투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경찰 수사 기록이 만들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변호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찰 조사를 앞둔 당사자에게 변호인이 실제로 해주는 일은 어떻게 달라질까. 박규석 변호사는 "고소장이나 피의사실 내용을 먼저 확인해 쟁점을 특정하고 조사 전에 사건과 관련된 객관적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며, 필요하다면 유리한 진술을 해줄 참고인을 미리 섭외한다"며, "CCTV·메신저·통화내역처럼 사라지기 쉬운 자료를 보존 조치하여 실제 조사에서 나올 법한 질문과 답변까지 미리 정리해 조사에 대비시키는 것이 조사 전 변호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는 경찰수사규칙이 정한 서식에 맞춰 작성해야 접수와 이후 대응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조언도 건넸다.
박규석 변호사는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증거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CCTV는 짧게는 2주, 길어도 한 달 안팎이면 다른 영상으로 덮어쓰기가 되고, 블랙박스도 저장 공간이 제한적이며, 휴대전화 메시지나 통화내역 역시 상대방이나 통신사에 의해 보존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목격자의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 등 결국 법리를 다투기 전에 시간과 싸우는 일이 먼저 시작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양기연 변호사 역시 "고소나 피소를 당한 의뢰인들이 상담 자리에서 가장 먼저 묻는 말이 'CCTV가 아직 남아있을까요'다"라며, "CCTV뿐 아니라 블랙박스, 출입기록, 카드 결제내역, 위치정보, 메신저·이메일, 사진·영상 원본, 병원 진료기록, 목격자 진술, 심지어 택시나 배달 주문 기록까지 사라지기 전에 확보해야 할 자료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 관리사무소나 인근 상가에 협조를 요청해 원본 파일 형태로 자료를 넘겨받고 확보 경위와 원본성을 명확히 기록해 두어야 나중에 수사기관에 제출했을 때도 증거로서 힘을 갖는다"면서, "당사자가 직접 확보하기 어렵거나 곧 삭제될 가능성이 있다면,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해 자료가 임의로 폐기되지 않도록 강제하는 절차까지 함께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변호사는 이의제기와 이의신청은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수사를 개시한 후 6개월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증거조사 등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 고소인 등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며 “불송치시 불복절차는 ‘이의신청’으로, 3개월 제한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증거보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정식 절차를 기다리다가는 증거가 사라질 우려가 있을 때, 판사에게 미리 증거조사를 청구해 그 결과를 보전해 두는 절차다. 단순히 'CCTV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과 법적 절차를 통해 자료를 확보해 그 존재와 내용을 공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은 이후 소송에서의 증명력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양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자료 보유자가 협조하지 않거나 삭제 시점이 임박한 경우일수록 증거보전 신청까지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기연 변호사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강제추행 혐의로 현장에서 신고당한 한 의뢰인의 사건을 실제 사례로 들었다. 그는 "경찰이 최초 확보한 CCTV에는 일행이 술집을 나서는 장면까지만 담겨 있었다"며, "긴급 요청을 받은 대륜 증거조사센터 측이 영상이 삭제되기 전 두 장소 사이 골목 CCTV를 추가로 확보했고, 해당 영상에 피해 주장 시점 전후의 이동 동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결국 불송치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규석 변호사는 이 사건이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된 지금의 수사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초동 대응에서 CCTV 하나를 더 확보하느냐 마느냐가 사건의 결론을 완전히 바꿔놓은 사례"라며, "물증이든 진술이든 사라지기 전에 먼저 확보해 두는 것이 새로운 '수사 뉴노멀'에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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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권 조정에 변호사도 ‘뉴노멀’···“판단 출발점, 수사 단계서 만들어야”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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