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기고] 키운 정은 있어도 상속권은 없다…재혼가정 ‘상속·증여’의 범위](/_next/image?url=https%3A%2F%2Fd1tgonli21s4df.cloudfront.net%2Fupload%2Fboard%2Fbroadcast%2F20260928082449295.webp&w=3840&q=100)
‘황혼이혼’ 해마다 증가 추세…지난해 1만3700여건, 상속권 분쟁도 늘어
관심 분야…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과 증여, 법적성격과 과세관계 큰 차이
판례…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은 아님
재혼 후 상속권…배우자가 데려온 자녀 자동으로 상속권 승계 대상 아님
지난해 남녀 모두 60세 이상인 부부의 이혼은 1만3743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녀를 다 키운 뒤 이혼하는 이른바 ‘황혼이혼’이 늘면서 재산분할뿐 아니라 재혼 이후의 상속·증여와 유류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황혼이혼에서는 이혼으로 재산 관계를 정리하는 단계부터 재산의 귀속과 세금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혼하는 경우에는 여기에 더해 새로운 가족관계에서의 상속·증여와 유류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과 증여는 그 법적 성격과 과세관계가 다르다는 점이다.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분할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제도다. 판례는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아닌 이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재산분할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과대한 재산이 이전되고, 그 실질이 증여에 해당하고 조세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당한 범위를 초과하는 부분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6두58901 판결).
양도소득세 측면에서도 재산분할은 일반적인 자산의 양도와 구별된다. 재산분할이 실질적인 부부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일환으로 이루어진 자산의 이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인 유상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누14401 판결). 다만 재산분할이라는 명칭만으로 모든 자산 이전이 당연히 양도소득세 과세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분할 대상과 그 가액 및 이전 경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재산분할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취득세를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지방세법 제15조 제1항은 민법상 재산분할에 따른 취득에 대해 일반적인 취득과 다른 세율 특례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혼 과정에서 부동산을 이전한다면 양도소득세뿐 아니라 그 이전이 재산분할에 해당하는지, 이에 따른 취득세 특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확인해야 할 것은 재혼 이후의 상속관계다.
재혼한 배우자에게는 법률상 배우자로서 상속권이 인정되지만, 배우자가 데려온 전혼 자녀가 자동으로 새로운 배우자의 자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상 직계비속은 혈연관계 또는 법률상 친자관계에 의해 정해지므로, 전혼 자녀가 계부 또는 계모에게 입양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그 사람의 법정상속인이 아니다. 즉 재혼하면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생기지만, 그 배우자가 데려온 자녀에게까지 자동으로 상속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는 직계비속 등이 있는 경우 그들과 공동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 등이 없는 경우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민법 제1003조).
예를 들어 전혼 자녀가 있는 사람이 재혼한 뒤 사망한다면, 재혼 배우자와 자신의 전혼 자녀는 공동상속인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직계비속의 상속분보다 50% 많다. 반면 재혼 배우자의 전혼 자녀는 입양 등 별도의 법률관계가 없다면 계부 또는 계모의 법정상속인이 아니다. 따라서 재혼한 배우자의 전혼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면 입양 여부를 포함해 생전 증여나 유언 등을 통해 별도의 재산승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때 함께 살펴봐야 하는 것이 유류분이다.
실제 상담에서는 부모와 수년간 왕래가 없었던 자녀가 사망 이후 자신의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가족 간 분쟁이 시작되는 사례도 있다. 가족 입장에서는 평소 왕래도 없고 부모의 생활에도 관여하지 않았던 자녀가 갑자기 상속을 요구하는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와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상속권이나 유류분 문제가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률상 자녀라면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되며, 다른 자녀나 재혼 배우자에게 재산 대부분이 이전된 경우에는 유류분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
한편 최근 유류분 제도에도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폐지되었고, 현재 유류분 제도는 직계비속·배우자·직계존속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생전 증여 역시 미리 재산을 넘겨두면 상속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증여의 상대방과 시기, 당시의 가족관계 등에 따라 유류분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래 공동상속인이 될 수 있는 사람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황혼이혼과 재혼이 이어지는 재산관계에서는 재산의 최종 귀속만 정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혼 단계에서는 재산분할과 증여를 구별하고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를 함께 검토해야 하며, 재혼 이후에는 법정상속인의 범위를 확인한 뒤 생전 증여와 유언의 방법·범위·시기를 유류분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구에게 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법률관계로, 언제, 어느 정도의 재산을 이전할 것인가이다. 재산 이전의 실질과 경위를 객관적인 자료로 남겨두는 것 역시 훗날 가족 간 분쟁과 세금 문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황혼이혼은 혼인관계의 종료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재혼까지 이어진다면 이혼으로 재산을 정리하는 단계부터 새로운 가족관계에서의 상속과 재산승계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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