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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포괄인데요"…기업 감독 앞에 놓인 세 가지 전제

언론매체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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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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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포괄인데요"…기업 감독 앞에 놓인 세 가지 전제

-정준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우리 회사는 포괄임금제라서 야근수당이 월급에 이미 다 들어 있습니다." 채용 면접이나 근로계약 체결 자리에서 흔히 오가는 말이다. 오랫동안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어져온 관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지난달부터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한 하반기 기획감독에 착수했다. 채용 현장에서 당연하게 통용되던 이 한마디가 이제 본격적인 법적 검증대에 오른 셈이다.

이번 감독은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을 중점 대상으로 한다. 올해 1~8월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는 2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8건)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는데 대부분 이 업종들에 집중됐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상반기에도 청년 다수 고용 사업장 101곳을 점검해 포괄임금을 이유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34곳을 적발한 바 있다. 이른바 '포괄임금제 금지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당국의 감독 기준은 새로 만들어질 법이 아니라 현행 근로기준법상 수당 지급 의무다. "야근수당이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는 기업의 설명이 기대고 있는 세 가지 전제를 현행 법령과 판례로 하나씩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계약서에 적힌 '포괄임금'이라는 문구 자체의 효력이다. 포괄임금제는 법률이 정한 제도가 아니라 판례가 예외적으로 인정해온 임금 지급 방식이다. 대법원은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했는지를 계약서 문구 하나만으로 보지 않고 근로시간과 근로형태,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을 종합해 엄격히 판단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91046 판결).

설령 약정의 성립이 인정되더라도 효력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대법원은 감시·단속적 근로처럼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본다.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데도 기본급과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묶어 지급하는 협의의 포괄임금 약정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고,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 기준에 미달할 때에도 그 미달 부분은 무효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사원증 태그로 출입 기록이 남고 사내 시스템 접속 이력이 확인되는 일반 사무직이라면 근로시간 산정이 충분히 가능한 경우로 평가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둘째, 실무에서 흔히 포괄임금과 혼용하는 '고정OT'(정액수당제)의 한계다. 기본급과 별도로 매월 일정 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을 미리 정해 지급하는 고정OT 방식 자체는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더라도 허용된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8시간 초과 휴일근로는 10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실제 근로시간이 미리 약정한 시간을 넘기면 반드시 그 차액을 정산해 지급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부터 시행한 지도 지침 역시 기본급과 제반 수당, 그리고 각 수당 항목을 명확히 구분해 산정·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약 미리 정해둔 수당만 믿고 근로시간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자칫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산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연장근로 한도 위반이다. 근로기준법 제53조는 연장근로를 1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한도를 넘긴 근로가 이어졌다면 수당 지급이나 근로자와의 합의 여부와 별개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제110조)이 된다. 단순한 임금 정산의 누락이 곧 대표이사의 형사처벌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근로시간 기록 및 관리의 문제다. 근로감독관이 현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계약서가 아니라 '기록'이다. 근로기준법 제48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27조, 제27조의2는 사용자에게 임금대장과 임금명세서에 근로일수, 총 근로시간수, 연장·야간·휴일근로 시간수를 상세히 기재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뿐 아니라, 추후 분쟁에서도 치명적이다. 사업장에 정확한 기록이 없으면 근로자가 교통카드 내역이나 사내 메신저 기록 등을 토대로 실근로시간을 주장할 때 회사가 이를 반박할 근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달 가장 늦게까지 일한 직원 한 명을 떠올려보자. 그 직원의 실제 연장근로시간이 임금대장과 명세서에 정확히 적혀 있는지, 고정OT 약정 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해 차액이 지급됐는지 즉시 답할 수 있다면 기본적인 방어선은 갖춘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난 급여 지급분부터 서둘러 살펴야 한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어서(근로기준법 제49조), 한 번의 근로감독이나 퇴직자 한 명의 노동청 진정이 전 직원의 최근 3년치 미지급 수당 청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를 유지할지, 고정OT 구조를 개편할지는 그다음에 결정할 문제다. 우선 직무별로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지 따져보고, 현재까지 누적된 미지급 수당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법률 검토를 통해 짚어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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