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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보더 법무] 글로벌 영문 계약, 독소조항 피하고 협상 주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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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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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보더 법무] 글로벌 영문 계약, 독소조항 피하고 협상 주도하기

김미아·안준용 외국변호사와 명재호 관세전문위원(법무법인 대륜)이 크로스보더 법무 소식을 전합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파트너십이 다각화되면서 비밀유지계약부터 라이선싱, 공급망 구축, 합작투자(JV)에 이르기까지 영문 계약서 검토 및 체결이 일상적인 비즈니스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법률 체계와 언어적 뉘앙스를 가진 영미법 기반의 영문 계약서는 한국어 계약서를 번역하는 수준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실무 현장에서 자칫 간과하기 쉬운 일방적 독소조항을 사전에 파악하고 기업에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기 위해 반드시 검토해야 할 영문 계약의 핵심 법률 쟁점을 짚어본다.

책임 제한과 면책·보상의 균형

영문 계약서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책임 제한 조항과 면책·보상 조항이다. 이는 계약 위반이나 예기치 못한 문제 발생 시 회사가 부담해야 할 재무적 리스크의 상한선을 결정하는 핵심 장치다.

통상적으로 책임 제한 조항을 통해 간접손해, 부수적 손해, 특별손해, 결과적 손해, 징벌적 손해, 일실이익 등에 대한 배상 책임을 상호 배제하고, 전체 배상 한도를 계약 금액 기준의 예정손해배상액(Liquidated Damages)으로 설정하면 손해배상 범위와 관련한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제시한 초안에는 자사의 책임 한도는 철저히 제한하면서 우리 기업에는 광범위한 면책 및 손해배상 의무를 지우는 일방적인 조항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다. 다만 국제 상거래 계약에서는 지식재산권(IP) 침해에 대한 면책 의무나 비밀유지 위반 등 특정 면책 조항 자체를 책임 상한(Cap)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표준 구조라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 자체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책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항목(제3자의 지식재산권 침해 청구, 고의·중과실로 인한 손해 등)의 범위를 상호 공평하게 설정하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자사에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가 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계약 해지와 사후 의무 조항의 명확화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큼 안전하게 종료하는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문 계약의 해지 사유는 크게 귀책사유에 의한 해지와 임의 해지로 나뉜다.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임의 해지권이 부여돼 있다면 우리 기업이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도 전에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임의 해지 시에는 충분한 사전 통지 기간을 요구하고 미회수 비용에 대한 정산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계약이 해지된 이후에도 효력이 유지되는 존속 조항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비밀유지 의무, 지식재산권 귀속, 손해배상 청구권 등은 계약 종료 후에도 유효하게 적용돼야 하므로 그 기한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소모적인 분쟁을 방지해야 한다.

준거법 및 분쟁 해결 합의

계약서 말미에 위치해 실무상 협상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쉬운 준거법 및 분쟁 해결 조항은 실제 분쟁 발생 시 기업의 방어 능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준거법을 어느 국가(또는 미국의 어느 주)의 법률로 정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계약 조항이라도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경우 영미법계 상사 계약의 표준으로 널리 인정받는 뉴욕주법이나 영국법 등을 중립적인 준거법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준거법과 중재 절차가 진행되는 법적 장소인 중재지는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준거법은 계약 내용의 실체적 해석에 적용되는 반면 중재지는 중재 절차의 절차법과 중재판정 취소소송의 관할 법원을 결정한다. 실무에서는 실체 준거법은 뉴욕주법으로 중재지는 싱가포르나 홍콩 등 제3의 중립국으로 지정하는 방식처럼 양자를 다르게 설계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계약서 협상 시 이 두 조항을 각각 명확히 구분해 규정해야 한다.

더불어 분쟁 해결 방식으로 현지 법원에서의 소송을 선택할 경우, 특히 상대방이 미국 기업이어서 미국 법원이 관할이 되면 광범위한 증거개시 절차로 인해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폭넓은 증거개시 제도는 미국 소송 절차의 특징적인 요소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의 법원은 이에 비해 제한적인 증거조사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분쟁의 성격에 따라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되며 전문성과 신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제상업회의소(ICC)나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등을 통한 국제중재를 분쟁 해결 방식으로 지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국제중재가 국경 간 계약에서 선호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판정의 실효성에 있다. 한국을 포함한 170여 개국이 가입한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에 따라 중재판정은 체약국 어디서든 비교적 용이하게 승인·집행될 수 있다. 반면 외국 법원의 판결은 상대국에서 승인·집행이 거부되거나 절차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실효적인 권리 구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영문 계약서는 번역본이 아닌 전략적 비즈니스 자산

성공적인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영문 계약은 단순한 언어적 타협이 아니다. 상대방이 제시한 초안에는 필연적으로 자사에 유리한 방어 장치들이 촘촘하게 설계돼 있다.

경영진과 실무진은 계약서 리뷰 과정을 요식행위로 여기지 말고 거래의 경제적 이익과 잠재적 법률 리스크 간의 균형을 맞추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계약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불공정한 독소조항을 수정하고 명확한 권리·의무 관계를 설정하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이뤄질 때 영문 계약서는 비로소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을 보호하는 강력한 비즈니스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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