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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요양시설 입소자의 조제약 수령과 약사의 복약지도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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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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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요양시설 입소자의 조제약 수령과 약사의 복약지도 의무

법무법인 대륜 채영재 변호사

약사법 제24조 제4항은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한 경우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서 복약지도란 단순히 조제약을 건네면서 형식적인 설명을 덧붙이는 절차가 아니다. 의약품의 명칭,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방법, 부작용, 상호작용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환자가 의약품을 안전하고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상 핵심 의무이다.

문제는 환자가 직접 약국에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다. 특히 요양원 등 노인의료복지시설 입소자의 경우 치매, 중풍, 거동불편 등으로 스스로 처방전을 제출하거나 조제약을 수령하고 복약방법을 이해·관리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이때 요양시설 근무자가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방문해 조제를 의뢰하고 조제약을 수령하는 실무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우 약사가 누구에게 복약지도를 해야 하는지, 요양시설 근무자를 약사법상 ‘환자보호자’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약사법은 ‘환자보호자’의 의미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하여 환자보호자를 반드시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 친족으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약사법상 복약지도의 목적은 환자와의 신분관계를 확인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조제된 의약품이 환자에게 안전하게 전달되고 올바르게 복용되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복약지도 상대방은 형식적인 친족관계만으로 정해질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의약품 복용과 보관을 실제로 관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노인복지법 역시 보호자를 친족관계에 있는 부양의무자에 한정하지 않고,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노인을 보호하는 자까지 포함하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입소자의 건강관리와 투약관리를 담당하고, 그 운영기준상 간호인력, 요양보호사 등 일정한 인력이 배치되어 입소자를 상시 보호한다. 따라서 요양시설 근무자가 해당 시설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입소자의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 방문하고, 약사로부터 조제약과 복약지도를 받은 경우라면, 그 근무자를 단순한 심부름꾼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다만 요양시설 근무자라는 사정만으로 모든 경우가 자동으로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약사법 제50조 제1항은 약국개설자 등이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의약품 판매는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일련의 행위로 구성되므로, 그 주요 부분이 약국 안에서 약사에 의해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요양시설 근무자가 환자보호자의 지위에서 약국에 방문해 처방전을 제출하고, 약국 내에서 조제된 의약품을 수령하며, 약사로부터 복약지도를 받았다면 의약품 판매의 주요 부분은 약국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요양시설 근무자가 아닌 제3자가 조제약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그 제3자가 환자의 가족이거나, 법령상·계약상·사실상 환자를 보호하고 투약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약사법상 환자보호자로 보기 어렵다. 이 경우 약사가 복약지도 상대방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한 것이 되고, 나아가 조제약의 인도와 복약지도의 실질적 부분이 약국 밖에서 약사가 아닌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다.

한편 약사법은 환자보호자에게 복약지도를 하는 경우 약사가 반드시 위임장, 신분증, 재직증명서 등을 확인·보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의료법상 처방전 대리수령 제도나 조제기록부 열람 제도처럼 별도의 서류요건을 둔 규정과 달리, 복약지도 조항 자체에는 그러한 확인의무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명문의 근거 없이 서류 미확인만을 이유로 곧바로 복약지도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실무상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약국은 요양시설 입소자에 대한 조제약을 반복적으로 교부하는 경우 수령자의 성명, 소속 시설, 직책, 연락처, 수령 일시, 복약지도 방식 등을 내부적으로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법률상 위임장 보관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추후 현지조사나 행정처분 절차에서는 약사가 실제로 약국 내에서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에게 복약지도를 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양시설 역시 단순히 약을 받아오는 인력을 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입소자의 투약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조제약을 수령하고, 약사로부터 받은 복약지도 내용을 시설 내 투약관리로 연결할 수 있는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외부인, 촉탁의의 지인, 운전기사 등 환자와의 보호관계가 불분명한 사람이 조제약을 수령하는 구조는 약국과 시설 모두에게 법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결국 약사법상 복약지도 의무의 핵심은 형식적 서류가 아니라 환자 안전이다. 환자 본인이 직접 복약지도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환자를 실제로 보호하고 의약품 복용을 관리하는지, 약사가 그 사람에게 약국 내에서 충분한 복약지도를 했는지가 판단의 중심이 된다. 요양시설 입소자의 조제약 수령 실무는 편의가 아니라 환자 보호와 의약품 안전이라는 약사법의 목적에 맞추어 설계되어야 한다.

|기고| 법무법인 대륜 채영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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